"중급반/Meza ku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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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200문장 중급 수업을 추천하는 이유 -- 김 온누리
LEE Jungkee  (Homepage) 2013-01-31 00:24:33, Hit : 259, Rec. : 28

                                                                          김 온누리 (성균관대 3년 /문화원 225기)

마지막으로 서울 에스페란토 문화원에서 초급강의를 들은지 반년은 되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다시 문화원을 나가긴 나가야 할 텐데...
마음 같아선 다시 초급강의를 듣고 싶었다.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되어 간단한 문법조차 가물가물하였다. 그래도 초급수업을 이미 두 번이나 들은 내가 또 초급수업을 듣는 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었다.
고민 끝에 난 두려움과 걱정을 안은 채 200문장 중급수업을 나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수업에 나가니 이중기 선생님은 역시나 다짜고짜 마이크를 들이대셨다.
예상대로 내 상태는 심각했고 간신히 살루톤하고 인사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상대방의 말도 못 알아들었다. 내가 중급수업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듯 나의 200문장 중급수업 시작은 그리 가뿐하진 않았다.

몇 가지 단어만 알겠고 해석되는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상관사, 의문사 말끔히 잊은지 오래인데 문장엔 자꾸만 등장하고 또 왜 이렇게 중간에 ke, kiu가 들어가는 것인지 그냥 초급수업이나 다시 들을 것을... 하는 후회만 남긴 채 첫 중급수업이 끝났다.

다음 수업부터는 안되겠다 싶어 미리 모르는 단어를 찾아 놓았다. 해석이 수월해지긴 했으나 역시 정확한 해석은 무리였고 그나마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미리 예습을 해가니 단어 때문에 당황하는 일은 별로 없었고 쉬운 문장은 해석이 되니 조금씩 두려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단어들을 어떻게 외우나도 걱정이었는데 중급수업에서 배우는 단어들만 외워도 문제없겠다 싶어 공책에 다 적어놓고 어휘력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달 정도 지나가니 되니 슬슬 에스페란토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또 선생님이나 다른 분들이 해석하는 것을 들으며 에스페란토가 얼마나 창조적이고 재밌고 쉬운 언어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초급수업땐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표현들, 창조적인 단어 만들기, 숙어등을 익히니 자연스레 맞든 틀리든 이걸 한번 써보고 싶었다.
해서 짧고 서툴게나마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가며 페이스북에 에스페란토 일기를 올리기 시작하였고 언제가 가입해두었던 에스페란토 클럽에 용기 내어 댓글도 달아보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외국 에스페란티스토들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댓글로 이야기하고 때로는 채팅으로 이야기하고… 에스페란티스들과 페이스북으로 대화하며 일반 회화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단어들을 체득할 수 있었다. 이쯤되니 에스페란토 사용에 걷잡을 수 없이 발동이 걸리기 시 시작하였다.

여전히 예습은 꼭 필요했지만 중급수업도 훨씬 수월해짐을 느꼈고 피하고만 싶던 외국인과 스카이페 대화도 은근히 기다리게 되었다. 이참에 좀 과감해지자 싶어 이중기 선생님께 부탁하여 내 스카이페에 외국 에스페란티스토들을 몇 명 추가하였다. 집에서 스카이페를 켜놓고 조심스레 말 걸어 보기를 며칠. 일본 다부찌씨에게 갑작스레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처음으로 선생님 도움 없이 외국 에스페란티스토를 맞닥드리는 순간이었다. 사전을 틀어놓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못 알아듣는 부분은 다부찌씨의 도움을 받아가며 혼자서 하는 첫 대화를 무사히 마쳤다. 많이 서툴렀고 너무 못 알아 들어 다부찌씨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때부터 에스페란토로 대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달 뒤 마지막 중급수업을 마쳤을 때 움츠리고만 있던 에스페란티스토로서의 나는 한껏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었다.

나는 초급수업을 수강한 분들에겐 꼭 중급수업을 들으라 권하고 싶다.
오랜시간이 흘러 에스페란토를 다시 시작하는 경우는 초급수업을 한번 더 듣는 것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중급수업을 바로 이어서 들어야한다. 또 초급수업을 이미 두 번 이상 들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중급수업을 시작하기를 추천하다.
200문장을 공부하면서 내가 받은 느낌은 ‘맨땅에 헤딩’ 이었다. 초급수업 내용이 완벽하게 습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문장들과 표현들 속으로 내던져지니 처음엔 정말 막막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외국인과 대화에서 ‘…sed mi estas ankoraŭ komencanto’라고 운을 떼고 싶지 않다면 ‘맨땅에 헤딩’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장을 반복하고 이렇게 저렇게 뜯으며 연구하면 초급수업을 한번 더 듣는 것보다 훨씬 빨리 초급에서 배우는 내용을 익히게 된다. 문장을 연구하다 보면 결국 초급교재 앞부분으로 돌아가 초급수업때 배우고 까먹은 부분을 살펴보고 머릿속에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초급수업땐 아무리 외워도 안 외워지던 의문사도 200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워지고, 따로 외우기 힘들었던 상관사, 전치사, 접두사, 접미사, 본래부사도 한 문장 한 문장 배울 때마다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다. 기초는 기초만 공부한다고 완벽히 외워지거나 몸에 배지 않는다. 다양한 문장들 속에서, 외국인들과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익히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초급수업을 한번 더 들을까 고민하다 시작된 중급수업에서 나는 이 사실을 몸소 체험하였다. 아는 단어도 별로 없고 문법에는 더욱 취약하고 외국인과의 대화는 피하고만 싶었던 나였다. 하지만 200문장 수업을 마친 지금 모르는 단어만 없다면 웬만한 문장은 무리 없이 해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외국 에스페란티스토와 기본적인 회화도 가능하게 되었다. 내가 초급수업만 물고 늘어졌다거나 중급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이런 괄목할만한 향상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이중기 선생님의 200문장 중급수업은 나를 당당하게 ‘mi estas esperantisto!’ 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ankoraŭ komencanto’들 에게 200문장 중급수업을 강력히 추천한다.
                                                                                                                      201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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